메이저리그를 보다 보면 가끔 성적과 연봉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수들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미저우라스키와 메이슨 밀러입니다.
현재 기준으로 미저우라스키는 22경기에 등판해 133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1.76, 탈삼진 204개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2년 차인 24세 투수가 이 정도 성적을 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될 만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연봉입니다. 미저우라스키의 연봉은 약 10억 원 수준입니다.
반면 메이슨 밀러 역시 엄청난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4년 차인 27세의 밀러는 현재 47경기에서 49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0.91, 탈삼진 91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선발투수와 비교하면 이닝 자체는 적지만, 불펜투수로서 이 정도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말 그대로 비현실적인 수준입니다.
그런데 밀러의 연봉도 약 60억 원 정도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이 정도로 잘하는데 왜 연봉이 이것밖에 안 되지?"
이것을 이해하려면 메이저리그의 연봉 결정 방식, 서비스타임과 FA 제도를 알아야 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단순히 현재 성적이 좋다고 해서 곧바로 연봉을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신인이나 메이저리그 경력이 짧은 선수들은 구단의 통제를 받는 기간이 길고, 연봉 역시 FA 선수처럼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지 않습니다. 서비스타임이 적은 선수들은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더라도 구단과의 계약 구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저우라스키처럼 메이저리그 2년 차에 사이영상급 성적을 내는 선수가 약 10억원을 받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보면 10억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직장인의 기준에서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수백억 원의 연봉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더 극단적인 경우에는 서비스타임이 적거나 스플릿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3~5억 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엄청난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선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FA입니다.
미저우라스키는 아직 24세이고, 메이슨 밀러도 27세입니다. 지금 당장 구단과 장기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FA 시장에 나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가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선수들이 비FA 상태에서 너무 일찍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선수가 앞으로 계속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다면, 지금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으로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미래의 FA 대박을 스스로 포기하는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선수가 연봉 10억 원을 받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구단이 "앞으로 8년 동안 총 800억 원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한다면 엄청나게 큰 계약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선수가 앞으로 3~4년 동안 계속 사이영상급 성적을 내고 FA 시장에 나온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때는 여러 구단이 경쟁하면서 훨씬 큰 계약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지금 장기계약을 선택하는 대신 FA까지 기다려 수천억 원 규모의 계약을 노리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선수가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선수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부상입니다.
투수는 한 시즌 사이에 가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아무리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어도 다음 시즌 팔꿈치나 어깨 부상을 당한다면 FA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수에 따라서는 미래의 FA 대박을 노리는 대신 일찍부터 장기계약을 통해 수백억 원의 금액을 보장받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훌리오 로드리게스입니다.
훌리오 로드리게스는 불과 22세였을 때 시애틀과 장기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규모는 최대 조건까지 포함하면 17년 6,0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순히 총액만 보면 엄청난 금액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연평균 금액으로만 보면 약 200~250억 원 수준이기 때문에 FA 시장에서 전성기 선수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과 비교하면 무조건 압도적으로 높은 계약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훌리오 로드리게스 입장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계약이었습니다.
22세라는 매우 어린 나이에 엄청난 규모의 돈을 장기간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시애틀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훌리오가 계속해서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다면 FA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장기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연봉이 올라가는 구조라면 선수에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고, 구단 입장에서는 훗날 FA 시장에서 비슷한 선수를 영입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사무엘 바사요의 장기계약도 비슷한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바사요는 계약 당시 불과 20세라는 매우 어린 나이였습니다. 장기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계약 기간 동안 여전히 20대의 전성기를 보낼 가능성이 높았고, 일반적인 동일 연차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아직 FA 자격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큰 금액을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MLB의 장기계약은 단순히 "구단이 선수를 싸게 묶어두는 것"도 아니고 "선수가 FA 대박을 포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구단과 선수 모두 미래를 놓고 위험을 나누는 일종의 거래에 가깝습니다.
선수는 앞으로 받을 수 있는 더 큰 FA 계약을 포기하는 대신 지금 확실한 거액을 보장받습니다.
구단은 앞으로 선수가 엄청나게 성장했을 때 FA 시장에서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위험을 줄이는 대신, 선수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거나 장기간 부상을 당할 위험을 떠안습니다.
그래서 미저우라스키와 메이슨 밀러처럼 현재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선수들의 진짜 몸값은 지금 받는 연봉이 아니라 앞으로 FA 시장에 나갔을 때 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저우라스키는 아직 24세에 불과합니다. 지금과 같은 성적을 몇 년 더 유지한다면 현재의 10억 원이라는 연봉은 훗날 FA 계약과 비교했을 때 아주 작은 숫자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메이슨 밀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0점대 평균자책점과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앞으로 건강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정상급 불펜투수로 활약한다면 FA 시장에서 엄청난 계약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결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얼마나 잘하느냐"만큼이나 "몇 년 차 선수인가", "FA까지 얼마나 남았는가"가 연봉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한 시즌 1점대 ERA를 기록하는 선수가 수십억 원을 받는 반면, 비슷한 수준의 성적을 내는 FA 선수는 수백억 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성적은 현재의 실력을 보여주지만, 연봉은 선수의 실력뿐만 아니라 서비스타임과 FA 자격, 나이, 부상 위험, 계약 기간, 구단의 통제권까지 모두 반영해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미저우라스키와 메이슨 밀러의 현재 연봉을 보면 "왜 이렇게 싸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오히려 이들의 진짜 대박은 지금이 아니라 FA 시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