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 있습니다. 바로『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입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작품이 계속 추가되고 업데이트되기도 하고, 판본과 기준에 따라 수록 작품이 달라지기 때문에 누적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001편보다 훨씬 많은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1910년대에 만들어진 작품부터 현대 영화까지 굉장히 다양한 시대의 영화가 등장합니다.
처음 리스트를 보면 ‘이걸 언제 다 보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방대한 양입니다.
따라서 이 중에서 몇가지 추천작을 소개합니다.
지금 봐도 재미있는 SF 영화부터 시작해보자
이 리스트에서 비교적 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장르는 SF입니다.
블레이드 러너
1982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더욱 놀랍습니다. 지금 봐도 상당히 인상적인 미래 도시의 모습과 어두운 분위기, 인간과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이 영화 전체를 관통합니다.
단순히 오래된 SF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면 오히려 예상보다 훨씬 세련된 영상미에 놀랄 수 있습니다.
에이리언
우주선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게 쫓기는 설정은 지금 봐도 강력합니다. 단순한 괴물 영화가 아니라 공포와 SF, 스릴러가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많은 영화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 제국의 역습
오래된 영화라는 이유 때문에 망설일 필요가 없는 작품입니다. 지금 봐도 캐릭터와 스토리, 음악, 액션이 상당히 강력하며 특히 영화사에서 왜 이 작품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SF 영화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작품이 있습니다.
매트릭스
1999년 작품이지만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영화적 표현과 액션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트릭스’라는 세계관 자체도 흥미롭지만, 당시 관객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던 액션 연출은 지금 봐도 재미있습니다.
스릴러와 범죄 영화는 지금 봐도 강력하다
접근하기 쉬운 장르를 하나 더 꼽는다면 스릴러와 범죄 영화입니다.
다이하드
오래된 액션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봐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주인공의 위기, 악당과의 대결이 명확하게 구성되어 있어 현대 액션 영화에 익숙한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양들의 침묵
단순한 범죄 수사물이 아니라 인물들의 심리와 긴장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오래된 영화라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습니다.
쇼생크 탈출
화려한 액션이나 특수효과가 없어도 좋은 이야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메멘토
시간의 흐름을 독특하게 구성해 관객이 주인공과 비슷한 혼란을 경험하도록 만든 작품입니다. 한 번 보고 끝내기보다는 영화를 본 뒤 이야기의 구조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라는 점에서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도 놓치지 말자
블루 벨벳
일반적인 할리우드 영화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평범해 보이는 공간 뒤에 숨겨진 불안하고 기묘한 세계를 보여주면서 관객을 묘한 감정으로 끌고 갑니다.
가위손
기괴하면서도 동화 같은 분위기와 함께 외로운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 봐도 독특한 미장센과 캐릭터 디자인이 인상적이며, 팀 버튼 영화의 특징을 이해하기에도 좋은 작품입니다.
시네마천국
이 영화는 단순히 한 사람의 성장 이야기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영화라는 매체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던 기억,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감정 등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지막 부분에서 상당한 여운을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화를 왜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처럼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비교적 최신 영화로 넘어가면
고전 영화가 부담스럽다면 굳이 오래된 작품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타인의 삶
독일 통일 이전의 동독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감시와 인간관계, 양심에 대한 이야기를 상당히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처음에는 조금 무거워 보일 수 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인물의 변화가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영화를 통해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기 좋은 작품입니다.
그래비티
우주를 배경으로 한 생존 영화지만 단순히 우주를 예쁘게 보여주는 영화는 아닙니다.
끝없이 펼쳐진 우주와 극도로 제한된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대비시키면서 상당한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큰 화면과 좋은 음향 환경에서 보면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위플래쉬
재즈 드러머를 꿈꾸는 학생과 그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스승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핵심은 단순히 음악이 아닙니다.
성공하기 위해 어디까지 자신을 몰아붙여야 하는지, 그리고 누군가의 압박이 정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보다 긴장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오래된 고전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비교적 쉽게 빠져들 수 있습니다.
빅쇼트
2008년 금융위기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어렵게만 설명하지 않고 빠른 편집과 독특한 방식으로 금융 시스템을 설명합니다.
경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생각보다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겟 아웃
단순한 공포 영화처럼 시작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사회적인 의미가 드러납니다. 장르적인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잡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2015년 작품으로, 엄청난 속도감과 독특한 세계관, 강렬한 액션이 이어집니다.
CG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제 촬영과 스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액션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오래된 영화가 부담스럽다면 이런 현대 영화부터 시작해서 점점 영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도 좋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
앞서 소개한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관을 이어가는 작품으로, 현대적인 영상미와 느린 호흡의 SF를 결합했습니다.
영상미만 놓고 보면 지금 기준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먼저 본 다음 원작인 블레이드 러너를 다시 보는 것도 재미있는 방법입니다.
두 작품을 함께 보면 시대가 달라졌음에도 인간과 기억, 정체성이라는 질문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흑백 영화도 괜찮다면 여기서부터
이제 조금 더 난이도를 높여보겠습니다.
화질이 지금과 같지 않아도 괜찮고, 흑백 영화나 오래된 영화 특유의 느린 진행도 즐길 수 있다면 영화의 세계가 훨씬 넓어집니다.
자이언트
195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당시의 스타 시스템과 대형 스튜디오 영화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상하이 익스프레스
1930년대 영화 특유의 분위기와 당시 할리우드 영화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역마차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서부극의 여러 요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영화사를 이야기하면서 절대 빠지지 않는 작품이 있습니다.
시민 케인
오래된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기에는 영화사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작품입니다. 촬영과 편집, 이야기 구성 등 여러 부분에서 이후 영화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처음부터 재미있는 현대 영화처럼 접근하기보다는 ‘왜 이 영화가 영화사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평가받는가’를 생각하면서 보면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덤보
덤보는 애니메이션 영화의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입니다
팜 비치 스토리
팜 비치 스토리는 1940년대 할리우드 코미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현대적인 편집이나 촬영에 익숙하다면 처음에는 조금 낯설 수 있지만, 당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웃고 이야기를 즐겼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결국 1001편을 전부 볼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 접하면 엄청난 숫자 때문에 부담부터 느낄 수 있습니다.
굳이 체크리스트처럼 하나씩 정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영화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했고 무엇을 꿈꿨는지, 당시 감독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했는지까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모든 영화를 반드시 봐야 하는 숙제라기보다는 영화라는 거대한 세계를 탐험하기 위한 지도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