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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데이팅 어플을 이용해서 이성을 만나는 게 예전보다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도 종종 듣는다. 나 역시 예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이용자가 줄어든 듯한 체감이 있다.

물론 여전히 데이팅 어플을 사용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예전처럼 이성을 만나는 대표적인 방법이라는 느낌은 많이 약해진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됐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가장 큰 이유는 데이팅 어플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원래 데이팅 어플의 가장 큰 장점은 명확했다. 굳이 지인에게 소개를 부탁하지 않아도 되고,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어도 어플을 통해 상대방을 찾을 수 있다. 서로 호감이 생기면 바로 연락을 하고, 약속을 잡고, 데이트까지 이어갈 수 있다.


말 그대로 이성을 만나기 위한 효율적인 도구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성과 만나는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면서도 굳이 처음부터 데이트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활동들이 많아졌다.

대표적인 게 러닝 크루다.

러닝 크루는 말 그대로 같이 달리는 모임이다. 그런데 이게 이성을 만나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의외로 장점이 많다.

일단 기본적으로 러닝을 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 운동에 관심이 있고,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모인다. 자연스럽게 외적인 관리나 피지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많이 들어온다.

그리고 크루에 따라서는 재미있는 방식으로 연애 여부를 구분하기도 한다. 솔로인 사람은 특정 색깔의 티셔츠를 입고, 연인이 있는 사람은 다른 색깔의 티셔츠를 입는 식이다. 물론 모든 러닝 크루가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서로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러닝 크루의 가장 큰 장점은 따로 있다

처음부터 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어플에서 누군가와 매칭됐다고 생각해보자.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실제로 만나기로 했다. 그러면 약속 장소부터 메뉴, 대화 주제까지 은근히 신경 쓸 게 많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하고, 상대방이 재미없어하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한다. 서로 성격이 맞는지도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러닝 크루에서는 그냥 같이 뛰면 된다.

뛰면서 자연스럽게 오늘 날씨 이야기, 운동 이야기, 러닝 기록 이야기, 직장 이야기, 주말 이야기 등이 나온다. 별도로 대화 주제를 준비하지 않아도 같이 하고 있는 활동 자체가 대화의 소재가 된다.

이게 생각보다 상당히 큰 차이다.

러닝뿐만이 아니다.

공방이나 보드게임 모임, 등산, 독서, 각종 취미 모임처럼 활동을 중심으로 사람을 만나는 방식도 비슷하다.

이런 모임의 장점은 이성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손해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드게임 모임에 갔는데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지 못했다고 해도 보드게임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결과는 남는다.

공방에 갔다면 작품 하나를 만들고 돌아올 수 있다.

러닝을 했다면 운동을 했다는 성취감이 남는다.

반면 데이팅 어플을 통해 소개팅이나 데이트를 했는데 상대방과 아무런 관계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느낌이 조금 다르다.

몇 시간의 시간과 이동시간, 준비하는 시간까지 투자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경험이기 때문에 완전히 낭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체감상 그렇게 느끼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의 만남 방식은 조금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이성을 만나기 위해 활동한다”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이성도 만난다”로 바뀌는 것이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전자의 경우 이성을 만나지 못하면 실패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이성을 만나면 좋고, 연애까지 이어지면 더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했으니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다.

결국 데이트를 목적으로 하는 만남보다 경험을 목적으로 하는 만남이 부담이 적은 것이다.

여기에 데이팅 어플의 고질적인 문제도 있다

바로 피싱이나 사기, 허위 프로필 같은 문제다.

데이팅 어플 회사들이 아무리 본인 인증이나 신고 시스템 등을 강화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걸러내기는 어렵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실제 사람인지, 프로필에 나온 정보가 사실인지, 정말 연애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인지 처음부터 확신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만남 방식을 찾게 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현실에서 직접 만나고, 무언가를 같이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방식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실제로 이런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굉장히 많아졌다

소모임 형태의 어플이나 동네 기반 커뮤니티, 취미 모임 플랫폼 등을 찾아보면 러닝부터 보드게임, 공방, 운동, 등산, 독서, 여행까지 다양한 활동이 있다.

이런 방식의 또 다른 장점은 상대방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어플에서는 사진과 프로필, 몇 줄의 자기소개와 메시지만 보고 상대방을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활동 모임에서는 실제 말투나 성격,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 활동에 참여하는 태도 등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즉, 프로필을 보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면서 그 사람을 알아가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물론 데이팅 어플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바쁜 직장인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은 사람에게는 상당히 편리한 도구다.

다만 예전처럼 “이성을 만나려면 데이팅 어플”이라는 공식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히 체감할 만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서구권에서는 데이팅 어플이 비교적 일찍 대중화됐고, 한국에서도 201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구권에서도 단순히 온라인에서 매칭한 뒤 데이트하는 것보다는 실제 경험과 활동을 중심으로 사람을 만나는 문화가 관심을 받고 있다.

러닝 크루 같은 문화 역시 해외에서 먼저 확산된 뒤 국내에서도 크게 유행한 사례 중 하나다.

결국 앞으로는 “누구를 만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면서 사람을 만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성을 만나기 위해 억지로 소개팅을 잡고, 데이팅 어플에서 매칭을 기다리고, 처음 만난 사람과 어색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것보다 내가 평소에 관심 있던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더 좋다

연애까지 이어지면 더더욱 좋고

하지만 아무런 관계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했다는 결과가 남는다.

어쩌면 이것이 최근 사람들이 선호하는 만남 방식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이성을 만나기 위해 취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나는 것.”

앞으로의 이성 만남은 단순한 매칭보다 경험과 활동 중심으로 더욱 이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